
사진출처: IMDb
「거북이도 난다」는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전쟁을 전투 장면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전쟁이 끝나기 전부터 이미 무너져버린 아이들의 삶이다.
아이들은 전쟁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전쟁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먼저 도착한다. 이 영화 속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대신 지뢰를 찾고, 팔고, 먹을 것을 구한다. 아이들은 어른이 되기 전에 이미 생존자가 되어버린다.
영화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거북이는 느리고 약한 존재다.
그런데도 “난다”고 말한다.
이 말은 희망처럼 들리지만, 이 영화에서 그 희망은 밝지 않다.
희망은 기적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마지막 의지로 표현된다.
줄거리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운 국경 마을에서 아이들이 살아간다.
소년 ‘위성(새틀라이트)’은 아이들을 조직해 지뢰를 찾고, 그것을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그는 똑똑하고 리더십이 있으며, 어른들보다 더 현실적이다.
마을에는 한 팔이 없는 소년 ‘헹고브’와 시력을 잃은 누나 ‘아그린’, 그리고 어린 동생이 들어온다. 이들은 전쟁 속에서 끔찍한 상처를 가진 채 떠돌아다닌다.
위성은 아그린에게 관심을 갖지만, 아그린은 마음을 닫고 있다. 그녀는 어떤 희망도 믿지 않는다. 그녀는 이미 삶이 끝났다고 느끼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아이들은 미군이 들어올 것이라는 소문 속에서 불안해하고,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도 공포를 느낀다.
왜냐하면 전쟁은 끝난다고 해서 상처가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전쟁은 마을에 닥치고, 아이들의 운명은 더 잔혹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는 관객에게 쉽게 위로를 주지 않는다.
대신 전쟁이 남기는 것이 무엇인지 끝까지 보여준다.
등장인물
1) 위성(새틀라이트)
아이들을 이끄는 리더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어른보다 더 어른처럼 행동한다.
2) 아그린
마음을 닫은 소녀다. 전쟁이 남긴 상처를 가장 깊게 품고 있다.
3) 헹고브
한 팔이 없는 소년이다. 현실을 예감하는 듯한 능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4) 아이들
이 영화에서 아이들은 개별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전쟁의 피해를 상징하는 존재들이다.
[전쟁]
「거북이도 난다」에서 전쟁은 총소리보다 먼저 존재한다.
전쟁은 아이들의 일상이다.
아이들은 지뢰를 찾는다.
아이들은 무기를 만진다.
아이들은 죽음을 너무 일찍 배운다.
이 영화가 충격적인 이유는, 아이들이 전쟁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전쟁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지뢰를 “돈”으로 계산한다.
그들은 다리를 잃은 아이를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
전쟁은 아이들의 감각을 마비시킨다.
아이들은 울 시간이 없다.
아이들은 애도할 시간이 없다.
그리고 영화는 말한다.
전쟁은 총을 든 군인만의 일이 아니다.
전쟁은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먼저 도착한다.
[상처]
이 영화에서 가장 깊은 상처는 아그린에게 있다.
아그린은 전쟁 속에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그 상처는 단순한 트라우마가 아니다.
그 상처는 삶을 부정하게 만든다.
아그린은 웃지 않는다.
아그린은 사랑을 믿지 않는다.
아그린은 미래를 말하지 않는다.
위성은 아그린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아그린은 거부한다.
왜냐하면 아그린에게 희망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희망을 믿는 순간 더 크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헹고브의 몸도 상처다.
그는 팔이 없다.
그는 전쟁이 남긴 흔적을 몸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가 말하는 상처는 단지 신체적 장애가 아니다.
상처는 삶의 방향을 바꿔버리는 것이다.
상처는 아이들을 너무 빨리 늙게 만든다.
[희망]
이 영화에서 희망은 따뜻한 단어가 아니다.
희망은 잔인한 단어다.
아이들은 미군이 들어오면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그 기대는 현실에서 쉽게 배신당한다.
위성은 끝까지 살아남으려 한다.
그는 아이들을 조직하고, 돈을 벌고, 정보를 모으며, 미래를 만들려 한다.
그 태도는 희망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그 희망조차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쟁은 끝나도, 아이들의 상처는 끝나지 않는다.
전쟁은 끝나도, 아이들의 삶은 이미 망가져 있다.
그래서 제목이 더 슬프다.
거북이도 난다.
하지만 그 비행은 자유의 비행이 아니다.
그 비행은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 않는다.
희망은 승리가 아니라, 살아남는 것 자체로 표현된다.
느낀점
「거북이도 난다」는 보기 힘든 영화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전쟁을 ‘비극적인 사건’으로만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전쟁을 “아이들의 일상”으로 보여준다.
그 일상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더 충격적이다.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전쟁이라는 단어가 다르게 들린다.
전쟁은 정치가 아니라, 삶을 망가뜨리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망가짐은 가장 약한 사람에게 먼저 도착한다.
마무리
「거북이도 난다」는 전쟁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전쟁이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전쟁은 아이들의 시간을 빼앗는다.
상처는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는다.
희망은 그 속에서도 살아남으려는 마지막 의지가 된다.
이 영화가 마지막에 남기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전쟁은 끝나도,
전쟁을 겪은 아이들의 삶은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