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IMDb
새로운 땅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할까. 영화 [미나리]는 거창한 성공담도, 극적인 반전도 없이 한 이민자 가족의 아주 조용한 일상을 따라간다. 그러나 그 평범함 속에는 정착, 가족, 실패,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힘이 깊게 담겨 있다. 이 작품은 미국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어디에서든 삶을 꾸려가야 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다.
개봉연도: 2020년
감독: 리 아이작 정(Lee Isaac Chung)
대표 수상: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윤여정)
🔹이 영화가 말하는 핵심 메시지
「미나리」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다.
사람은 땅이 아니라, 관계 위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이다.
주인공 제이콥은 미국에서 성공하고 싶어 한다. 더 넓은 땅, 더 많은 수익, 더 나은 미래. 그는 가족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그 속에는 자신의 꿈과 자존심도 함께 섞여 있다. 반면 아내 모니카는 안정과 생존을 먼저 생각한다. 병원, 학교, 이웃, 공동체.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버틸 수 있는 삶’이다.
이 둘의 충돌은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다. 많은 가정이 비슷한 갈등을 안고 살아간다. 꿈을 좇는 사람과, 오늘을 지켜야 하는 사람. 누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영화 속에서 할머니가 심은 미나리는 상징적이다. 돌보지 않아도 잘 자라고, 어디서든 뿌리를 내리며, 해마다 다시 자라난다. 이 식물은 곧 이 가족의 모습이다. 실패하고, 다투고, 무너질 듯 흔들리지만 결국 다시 살아남는다.
영화는 말한다.
정착이란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과정 그 자체라고.
🔹왜 이 작품이 높이 평가되었는가
「미나리」는 이민자의 삶을 다루지만, 동정이나 과장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감독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고, 그래서 장면 하나하나가 과장 없이 진짜 삶처럼 느껴진다.
갈등은 크지 않다. 폭력도 없고, 극적인 악역도 없다. 대신 작은 말다툼, 생활비 걱정, 아이의 병, 농장의 실패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쌓인다. 이 잔잔함이 오히려 관객의 마음을 더 깊게 건드린다.
특히 윤여정이 연기한 할머니 캐릭터는 이 영화의 정서적 중심이다. 전통적인 한국 노인의 모습과는 다르게, 욕도 하고 카드도 치고, 손자에게 거침없이 말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가족을 지키는 단단한 애정이 있다. 그녀의 존재는 이 가족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뿌리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자연스러움과 진정성 덕분에 「미나리」는 화려한 연출 없이도 세계적인 공감을 얻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게 되었다.
🔹현실과 연결되는 해석
「미나리」는 이민자의 이야기이지만, 사실은 모든 생존의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낯선 환경에 던져진다. 새로운 직장, 새로운 도시, 새로운 관계, 새로운 역할. 그때마다 우리는 제이콥처럼 성공을 꿈꾸고, 모니카처럼 안정에 매달린다.
그리고 종종 그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게 맞는 선택일까?”
“괜히 시작한 건 아닐까?”
이 영화는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한 가지를 보여준다. 가족이 완벽하지 않아도, 선택이 틀렸을 수도 있어도, 사람이 함께 버티고 있다면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미나리가 아무 돌봄 없이도 자라듯, 사람도 완벽한 조건이 아니어도 살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성취가 아니라 함께 견디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마무리
「미나리」는 크게 울부짖지 않는 영화다. 대신 조용히 옆에 앉아 말을 건다.
“괜찮아,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삶이야.”
화려한 성공 대신 소박한 생존을, 거대한 꿈 대신 작은 일상을 택한 이 영화는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어쩌면 우리 대부분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오늘을 버텨낸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삶이라는 것을, 「미나리」는 담담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