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태어나면서 자동으로 주어지는 관계처럼 여겨진다. 혈연이라는 단어는 가족을 설명하는 가장 확실한 기준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서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관계가 안전하고 따뜻한 것은 아니다. 어떤 관계는 혈연이지만 멀고, 어떤 관계는 남이지만 더 깊다. 그렇다면 가족을 가족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이 영화는 이 단순하지만 어려운 질문에서 출발한다. 겉으로 보기에 이들은 전형적인 가족이 아니다.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어긋나 있다. 그러나 영화는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가족은 태어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이 질문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을 놓아주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IMDb (영화 스틸컷)
개봉: 2018년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수상: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이 영화가 말하는 핵심 메시지
이 작품이 말하는 핵심 메시지는 가족이란 혈연이 아니라 관계의 지속과 선택으로 형성된다는 점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사회가 정의한 정상적인 가족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으며, 서로의 관계 역시 불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은 함께 밥을 먹고, 서로를 챙기고, 하루를 공유한다.
이 영화는 가족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갈등도 있고, 거짓도 있으며, 이기적인 선택도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함께하는 시간에는 분명한 온기가 존재한다. 감독은 묻는다.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관계를 가족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혹은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과 애정이 자동으로 성립되는가.
특히 이 작품은 ‘돌봄’이라는 행위를 가족의 중심에 둔다. 아이를 키우고, 서로의 상처를 감싸며, 버려진 존재를 품는 행동들이 반복된다. 이 반복 속에서 가족은 제도가 아니라 행동의 축적으로 정의된다. 가족이란 함께 살아가려는 선택이 쌓인 결과라는 메시지가 이 영화의 중심을 이룬다.
🔹왜 이 작품이 높이 평가되었는가
이 영화가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사회적 메시지를 과장 없이 일상의 언어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감독은 빈곤, 아동 문제, 가족 해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극적인 사건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사소한 장면과 대화를 통해 인물들의 관계를 천천히 보여준다.
또한 이 작품은 선악 구도를 만들지 않는다. 인물들은 모두 불완전하며, 어떤 선택도 완전히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관객에게 판단을 맡긴다. 관객은 법과 제도의 시선, 그리고 인간적인 감정 사이에서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이 점이 이 영화를 단순한 가족 드라마가 아닌, 사회적 성찰의 작품으로 만든다.
국제 영화제에서 이 작품이 주목받은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특정 문화권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가족과 돌봄이라는 주제는 보편적이다. 감독은 일본 사회의 맥락을 담되, 세계 어디에서나 공감할 수 있는 질문으로 확장시켰다. 조용하지만 강한 설득력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현실과 연결되는 해석
현실에서도 가족의 형태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한부모 가정, 비혈연 공동체, 혼자 사는 삶 등 가족의 정의는 더 이상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제도는 여전히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기준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 이 영화는 그 틈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보여준다.
작품은 묻는다. 우리는 가족을 어떤 기준으로 인정하는가. 법적 서류인가, 함께 살아온 시간인가, 아니면 서로를 향한 책임감인가. 혈연이라는 기준이 사라질 때, 오히려 관계의 본질이 더 선명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영화는 가족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또한 이 작품은 ‘보호’라는 개념을 재정의한다. 보호는 소유가 아니라, 상대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강요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선택하며 유지되는 관계의 가능성을 조용히 제시한다.
🔹마무리
이 영화는 가족을 정의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가족은 피로 묶인 관계인가, 아니면 함께 살아가려는 의지의 결과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의 삶 속에서 다르게 존재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가족은 완벽해서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 속에서도 서로를 놓지 않으려 할 때 비로소 가족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 작품은 그 조용하지만 단단한 진실을 끝까지 붙잡고 보여준다.